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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네."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설영이가 뜬금없이 중얼거린 것을 들었다.
"그런가?"
슬슬 강당의 맨 앞 단상에서 출렁이는 둔중한 몸과는 빈말로라도 어울린다고 말해줄 수 없는 두툼한 정장과 광택나는 검은 구두를 차려입고 단정하게 보이도록 (학생들 대부분이 심었을 거라고 추측하는)머리에 가르마를 낸 교장의 지루한 연설이 끝나갈 조짐을 보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도 식순의 마지막에 가까운지라 졸업식이 다 끝나갈 시점이기도 하지만 설영이의 말은 그런걸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닌듯 했다.
그나저나 사견이지만 교장선생님은 차라리 평소처럼 동네에 자주 보이는 배나온 아저씨같은 옷차림으로 단상에 올랐더라면 아마 지금보다는 더 호감이 갔을텐데.
"이제 여기 올 날도 없잖아."
"그렇지..."
학생은 무릇, 졸업을 해버리면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당연스럽게 모두가 함께 웃고 떠들었던 학교로 올 이유가 없어진다. 이른바 3년짜리의 강제적이고 의무적인 계약이 만기되어 해지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항상 성장한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 더 넓고 광대한 곳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말하자면, 그것은 사회의 순리.
그럼에도, 언제까지고 이곳에 남아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어리광이야 말로, 생활하고 배우며 웃고 울었던 자신만의 추억이 서려있는 이곳을 '모교'라고 부르게 만드는 신비가 아닐까.
"그래서, 섭섭해?"
"응. 정들었으니까. 추억도 많이 새겼고."
"중학교 졸업할 때도 그 비슷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런가?"
"그래. 참고로 그때는 펑펑 울었었지."
그 장면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다. 설영이가 그렇게 목놓아 우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난감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부러웠으니까.
"그러면 지금은 그때보다는 성장한거네."
설영이가 날 보며 키득거렸다. 그런 설영이를 놀리듯 나도 맞장구치며 웃어주었다. 그걸 보고는 잡담한다고 생각했는지(잡담한게 맞지만.) 몇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아계시던 선생님이 손짓으로 주의를 주셨다. 그리고 그에 맞추듯 교장의 긴 연설이 막을 내렸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강당을 메웠다.
이제 남은 것은 졸업생 대표 학생회장에게 재학생 대표 부회장이 졸업을 축하한다는 의미가 담긴 꽃다발을 넘겨주고, 전교생이 교가를 부르는 것으로 한 시간째 진행되고 있는 졸업식에 마무리를 짓는다. 그 이후에는 가족끼리 사진을 찍든 추억이 담긴 교실을 찾아가든 친구들끼리 담합해서 노래방을 가든 자유다.
"대학은 어디 가기로 했어?"
졸업생 대열의 맨 앞에 앉아있다가 일어나 단상으로 걸어가는 학생회장을 눈으로 좇으며, 설영이는 또한번 뜬금없이 내게 물었다. 더군다나 대답하기 곤란한 것을.
돌아보면 나는 지금까지 의식적으로 그 질문에 대해 답하기를 피해왔다. 설영이도 눈치가 빨라 처음부터 내 의도를 알았는지 별로 묻지도 않았고, 따로 알려고도 하지 않고 내가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린 듯 보인다. 항상 궁금한 것은 금방금방 해소하고 보는 설영이니만큼 좀스러웠을 텐데도 그동안 잠자코 기다려 준 것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설영이가 집요하게 물었다면 분명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대답과 함께 내 속마음을 고스란히 내비쳤겠지.
연출임이 분명히 느껴지는 엄숙한 행동거지로 부회장이 회장에게 꽃다발을 넘길 때까지 나도, 설영이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형성된 침묵.
그것은 지나가는 말투임이 분명했고 흘깃 훔쳐보아도 설영이에게서 내 쪽을 의식하는 분위기은 없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이쪽은 입이 말라가는 법이다.
꽃다발을 품은 회장이 형식적인 짧은 연설을 끝내고, 교장과 악수를 하고 단상에서 내려가는 것을 보며 그때까지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나는, 회장이 자기 자리에 돌아가 엉덩이를 붙일 때 살며시 입을 떼었다.
"대답은..."
너무 작은 말투로 말해버리는 바람에 스스로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호할 만큼 긴가민가했지만 설영이의 귀가 살짝 움직이고, 집중하듯이 상체가 내 쪽으로 비스듬히 살짝 기울어진 것을 보아 내가 말을 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식이 끝나고, 말해줄게."
"그래."
만족스러운 말투로 작게 대답한 설영이는 다시 상체를 곧게 펴고, 다가오는 시간을 기다리듯 조용히 정면을 바라보았다.
회장이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는 것으로 꽃다발 전달이 끝나고, 다음 교장의 말에 강당 내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의 마지막인 교가 제창이다.
300이라는 숫자를 넘는 많은 사람들이 내는 갖가지 소음이 잠시간 일었으나, 이윽고 잔잔하게 흐르기 시작한 교가의 반주가 모든 소리를 지긋이 털어내며 강당을 가득히 채웠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감상을 가슴에 품은 채로, 천천히 교가의 첫머리에 맞추어 입을 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끝끝내 설영이에게 답해주지 못했다.
───────00.「graduation of memory」 Out.
소설 재료는 분명 떠오르는데,
쓸 수가 없어요 어헝헝헝헝.
그럼에도 틈틈히 최대한 써보는....orz
소설 재료는 분명 떠오르는데,
쓸 수가 없어요 어헝헝헝헝.
그럼에도 틈틈히 최대한 써보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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